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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단상

풍요로운 삶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재화 X가 있다고 하자.

1. 경제가 성장하면서 X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2. 따라서 X의 가격도 자연히 올라간다.

3. 어느 순간 X의 가격이 보통 사람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간다.

4. 하지만 가격상승은 멈추지 않는다. X의 값어치가 아직도 충분하다고 여긴 은행들이 X 구입을 위한 대출을 늘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5. 덕분에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X의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는 선입견이 박히게 된다. 따라서 지금 당장 X를 확보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행히 은행들은 아직도 싼 이자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

6. 4-5가 반복되면서 X의 가격은 천정부지가 된다. 사람들은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한다. 과연 X는 대출을 받아 산 가격 이상으로 미래에 현금을 돌려줄 수 있을까?

7. 그렇지 않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신뢰는 깨지기 시작하고 금융기관들은 채권회수에 나서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대출자들이 파산하더니 그 다음은 금융기관들의 차례다. 급기야 대형은행들까지 흔들거리기 시작하면서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진다.


이렇게 쓰면 마치 X는 미국주택, 1-7의 과정은 서브프라임 위기의 진행을 기술한 것처럼 읽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상 X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X가 대학교육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교훈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충분히 제어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 시장에 과도한 자금이 공급되기 시작하면 반드시 파국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 등이 학자금 대출과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주택시장이라면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런저런 다른 규제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게다가 이 글의 댓글에서처럼 은행들이 손해를 보면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그냥 버블을 만들자는 것밖에 안된다. 그 버블이 터졌을 때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차라리 은행들이 학자금 대출시 까다롭게 상환능력을 심사해서 철저히 돈장사를 하게 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by 세리자와 | 2010/02/08 05:45 | 그냥 | 트랙백 | 덧글(0)

모님께 바칩니다

by 세리자와 | 2010/02/05 23:00 | 딴따라의 근성 | 트랙백 | 덧글(0)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지난번에 확인한 바로는 내 서재의 책장에 “소설작법”“소설교실”...“작가가 되기 위해”와 같은 소설을 쓰기 위한, 혹은 소설가가 되기 위한 책이 31권이나 있었습니다....

그런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나는 왠지 “경마 필승법”이라는 책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창작교실이라는데 읽는 도중 중반에 갑자기 이것이 사실은 소설작법교실을 빙자한 새로운 양식의 소설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확든다. 그 정도로 필력이 대단하다. 중반 이후는 긴장감이 덜하지만 여전히 좋은 글쓰기교실이다.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10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by 세리자와 | 2010/02/03 03:49 | 종이에 먹칠 | 트랙백 | 덧글(0)

The Computer and the Brain

폰 노이만이 죽기 직전에 예일대에서의 강의를 위해 준비한 원고를 책으로 낸 것이다. 결국 건강이 악화되어 강의는 하지 못했다 한다.

이 책에서 폰 노이만이 내리는 가장 중대한 결론은 뇌는 디지털 컴퓨터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차이점을 서술하는데 거의 책의 절반을 할애한다. 불행히도 폰 노이만의 시대에는 뇌의 학습에 관한 부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서 학습과 기억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미있는 언급을 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반면 뉴런이 어떻게 정보처리를 하는지에 대해서만큼은 향후 50년간 뉴럴코딩의 문제와 논쟁을 미리 내다보고 쓴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읽기를 시작하기 전 단계에 있는 학생에게 읽히면 너무나 좋을 것 같은 그런 책이다.


The Computer and the Brain (2 SUB, Paperback) - 10점
Von Neumann, John/Yale University Press

by 세리자와 | 2010/02/03 03:35 | 종이에 먹칠 | 트랙백 | 덧글(0)

iPad의 4/3 화면

왜 16/9가 아니냐고 한 글을 보고 아연했습니다. 저는 왜 8/5 (황금비) 가 아닌지 의아했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종이사이즈는 US Letter로 8.5x11의 사이즈를 가집니다. 그러면 11/8.5 = 1.29. 이 비율로 화면을 만들면 대부분의 문서 한 장이 화면 하나에 쏙 들어온다는 말이 됩니다. 근데 4/3 = 1.33이니까 마진을 고려하면 얼추 한 화면에 들어오지요.

한국이라면 ISO A4가 표준이겠죠. 이 경우 297/210 = 1.41. 얼추 한 페이지가 한 화면에 들어가거나 밑부분이 약간 잘릴 겁니다. 참고로 신문 등에 흔히 쓰이는 타블로이드 사이즈는 17/11 = 1.54.

그런데 16/9 = 1.78입니다. 타블로이드 사이즈 보다도 훨씬 길어집니다.

더 큰 문제는 문서를 세로가 아닌 가로로 펼쳐서 두 페이지로 볼 경우입니다. 이 경우 iPad 화면 반쪽은 3/2 = 1.5의 비율이 되지요. 이 정도는 무난합니다. 반면 16/9는 9/8 = 1.125가 되어서 영 아니올시다가 되어버리죠.

책 사이즈는 확인을 안했는데 비슷하리라 봅니다. iPad의 화면비는 영상보다는 문서나 책 등에 더 가깝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by 세리자와 | 2010/01/31 15:01 | 그냥 | 트랙백 | 덧글(0)

iPad will rule the world

“When the Mac first came out, Newsweek asked me what I [thought] of it. I said: Well, it’s the first personal computer worth criticizing. So at the end of the presentation, Steve came up to me and said: Is the iPhone worth criticizing? And I said: Make the screen five inches by eight inches, and you’ll rule the world.”

Alan Kay: With the Tablet, Apple Will Rule the World

(via Daring Fireball)

돈이 있으면 사는 물건이지 스펙때문에 안 사는 물건은 아님. -_-;;;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아이패드와 가장 유사한 기기라면 OLPC laptop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은 다섯배 비싸지만). 초등학교 들어갈 때 사주면 중학교 들어갈 때까지 잘 쓸 물건이죠. 초등학교 다니는 꼬마가 있는 가정이라면 여유가 있는 한 안 사주고는 아마 못 견딜 겁니다. 기계 좋아하는 얼리어답터 아빠 하나만 덜렁 지르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온 가족이 다 하나씩 사게 되는 구매패턴으로 이어지는 거지요. 가히 세계지배를 꿈꿀만 합니다.

by 세리자와 | 2010/01/29 14:36 | 그냥 | 트랙백 | 덧글(0)

부자되세요

새해인사--부자되세요 의 불편함

일전에 모종의 이유로 부자되세요 류의 책을 보게 되었는데, 뭔가 이런 부자열풍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부자되세요 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세요란 말이 아닌 것이었던 것이었다. 저기에서 부자란 직업으로서의 "부자"를 말하는 것으로, 즉 순수히 자산관리에서 나온 수입만으로 생활을 하는 직종을 말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여기서 나는 다소 안도하면서도 씁슬할 수 밖에 없었다. 첫째 특정 직업에 대한 과도한 선호는 거품이 꺼지면서 사라지기 마련이므로 이 우스꽝스러운 부자되세요 놀음은 언젠가는 없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전까지 얼마나 많은 꼴불견을 보고 부작용을 경험해야 할 지 알 수 없다. 이공계 기피니 어쩌니 하면서 의대로 몰려가는 현상은 개탄하면서 그 의사만큼도 국가경제에 기여 못하는 부자되기를 너나없이 권하는 위선은 코웃음만 나오게 한다.

by 세리자와 | 2010/01/25 02:40 | 그냥 | 트랙백 | 덧글(1)

우와



오랜만에 애플 영화 트레일러 페이지에 들어가니 저렇게 딱 뜨네. 신기신기..

by 세리자와 | 2010/01/24 21:50 | 호환 마마 혹은 | 트랙백 | 덧글(0)

전교조 교사 증가하면 수능 점수 하락

인천대 이인재 경제학과 교수는 `전교조와 학업성취도 간 상관관계 분석' 주제발표에서 2004년 한국교육고용패널(KEEP) 조사에 근거해 "학교의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10% 증가하면 학생의 수능 언어영역 표준점수는 0.5~0.6점, 백분위 점수는 1.1~1.3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괴수퇴치연구실 세리자와 연구실장은 "미국의 레몬수입이 50톤 증가하면 교통사고 사망율이 1.8퍼센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via Megan McArdle blog

by 세리자와 | 2010/01/19 14:04 | 트랙백(1) | 덧글(9)

일본은 없다 아직 잘 팔리고 있다

반 농담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분책이 되었는데 1권은 모두 품절상태이지만 제 2권은 주문이 가능하다. 출판사(푸른숲)도 직접적으로 피해자이긴 하지만 이미 6년이 지난 지금에서 과연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에서라도 입장을 표명하고 책을 회수하기 바란다.

by 세리자와 | 2010/01/19 13:40 | 종이에 먹칠 | 트랙백 | 덧글(2)

새해인사

늦었지만 새해에도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해봅니다.
그동안 계속 아파서 블로그 업데이트도 보낼 이메일도 미루고 있었네요.
지금도 골골거리고 있지만 새해인지라 힘을 내 보기로 합니다.

2010년은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런 저런 참언들에서
우리 역사의 거대한 전환점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언되기도 한 해입니다.
이 얘기를 믿거나 말거나 간에
모든 분들이 이 한 해를 뜻깊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네요.


by 세리자와 | 2010/01/05 18:05 | 그냥 | 트랙백 | 덧글(0)

이글루스 걱정된다

아이폰의 사파리가 풀브라우징을 지원하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아무래도 작은 스크린에 맞춘 모바일용 화면들이
훨씬 보기가 좋은 것이 현실이다.

티스토리가 모바일 화면을 제공하고
이글루스는 하지 않고 있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냥 심심해서 개발일정이 있는지 검색을 해 보니
이오공감 등등은 모바일용 피드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떠서
잽싸게 아이폰을 집어들고 접속을 해봤다.

굳이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해보면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뜬다.



정말 깬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려면
SKT에서 제공하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쓰고 있어야 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명색이 인터넷 회사가 이런 식으로
망사업자의 장단에 춤을 춰도 되는 건가.

오늘만큼 이 블로그를 접고 싶은 생각이 든 것도 처음이다.

by 세리자와 | 2009/12/30 00:38 | 그냥 | 트랙백 | 핑백(1) | 덧글(37)

비극 1

아시겠지만 오늘날 비웃음의 일등 주체는 신문입니다. 주중 어느 날이라도 신문을 펼치면 인생을 말아먹은 사람들로가득하지요.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사람들. 이상한 약을 먹은 사람들. 이상한 법률을 통과시킨 사람들. 그게 뭐가 되었던지요. 그리고 비웃음거리가 됩니다. 한마디로 실패자들이고, "루저"라고 불리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여기에 대안은 없을까요? 저는 서구의 전통에는 빛나는 대안이 하나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비극입니다.

비극의 예술은 오세기 경 고대 그리스의 극장들에서 발전했는데, 본질적으로 그 예술형식이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실패하는가를 탐구하고 일상에서 흔히 던져지는 정도 이상의 연민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 말하자면 연민의 스펙트럼의 한 끝에는 찌라시 신문들이 있습니다. 그 스펙트럼의 다른 한 끝에는 비극과 비극예술이 있지요. 제 생각에 우리는 비극예술에 대해 조금 더 배워야 합니다. 햄릿을 루저라고 부르는 것은 미친 짓이죠. 그는 실패했습니다만 루저는 아니지요. 그것이 비극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이며 왜 그것이 중요한지라고 생각합니다.

--- 알랭 드 보통, TED 토크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겉으로는 좌충우돌하면서도, 역설적이지만 아주 논리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법률가였고, 또한 독서인이었다. 그래서 “왜 그것밖에 못했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이런 저런 소재에 기대 답을 다는 데 머물지 않는다. 그는 사회과학적 설명을 제시하려 한다.

왜 ‘정치인’ 노무현이 ‘사회과학적’ 설명에 도전하려는 것인가? 그것은 그가 자신을 어떤 비극의 주인공으로 표상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비극의 주인공이란 누구인가? 모든 미덕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그것들로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운명의 지평으로 인해 고통 받고 실패하는 자이다. “넘어설 수 없는 운명의 지평”, 그것을 노무현은 제시하고 싶어 한다.

--- 장석준, 나를 숙연하게 만든 그의 책

by 세리자와 | 2009/12/26 05:39 | 인용 | 트랙백 | 덧글(0)

스타일

얼마전 ㅁ군 실험실에서 데이타 분석을 해주고 있었는데
별로 손에 잡히는 결과 없이 돌아오게 되는 바람에
ㅁ군 실망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도움이 되었냐고 물어보니

"아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 단축키 쓰시는 거라던지...."

하아, 단축키라.
하긴 다른 사람이랑 가까이 있으면 일하는 내용 자체 이외에
일하는 스타일도 많이 배우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내 스타일의 멘토들을 꼽으라면 학위 지도교수가 첫번째일텐데...
처음 몇년간은 이 분이 너무 바빠서
멘토링이라고는 가끔 만나서 노가리까는 것이 전부였으니
뭐 배운다는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학위 거의 끝날 때 쯤 논문 몇편을 연달아 내리 쓰면서
이 양반 일하는 스타일을 바로 옆에서 관찰할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현란한 Emacs 테크닉.
내가 Vi에서 Emacs로 개종한 것이 이 분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것들도
때로는 관찰하면서 때로는 쪼이면서 많이 배웠는데
구태여 써본다면
계산결과가 나왔을 때 그것만 쓰지 않고
더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서 대비시켜보는 것이라던지
이로이로한 것들.

두번째 저번 보스는 뭐랄까 데이타 분석을 치밀하게 해보는 것,
지도교수로서의 자세 - Grow them and let them grow 랄까 -,
다른 사람과의 교류 등
독불장군형의 지도교수에서 배우지 못한 걸 많이 배운 것 같고.

세번째로 같이 일을 많이 한 남길군.
정말 아는게 별로 없어도 은근과 끈기로 결과를 내는 스타일을
바로 옆에서 보니 정말 산교육이 되더라는 건데,
단점이라면 남길군처럼 강한 체력이 아닌데도
그런 은근과 끈기를 무작정 흉내내면 몸이 축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있는 중.

네번째로 현재 보스.
지금도 상당히 북적북적한 랩을 더 키울 계획을 하는 걸 보면서
역시 업계 중진은 손이 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배운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점점 손이 큰 것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대학원생 하나 둘 있고 없고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묵묵히 십년계획을 추진해나가는
말하자면 사장님 포스랄까.

뭐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by 세리자와 | 2009/12/22 08:16 | 그냥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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