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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원리

인류원리 Anthropic principle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우주가 생긴 이유는 우리 인류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원리입니다.

좀 더 설명을 해보지요.

우리 우주의 물리법칙들은 여러가지 기본상수들에 의해 좌우됩니다. 각 기본 입자들의 결합상수라던지 이들 입자들의 질량이라던지 그런 상수들입니다. 문제는 이들 상수들이 왜 그런 값을 가지느냐는 것입니다.

가장 간단한 설명은 구태여 그런 특정한 값을 가지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조리퐁 한 봉지에 조리퐁알 한개나 두개 더 들어가 있어도 상관없지요. 백개나 천개 쯤 더 들어가지 않으면 상관없습니다. 그런 상수들은 규모 order of magnitude만 맞으면 되는 거고 규모는 이런저런 물리학적 원리를 사용해서 맞춰줄 수 있다는 거지요.

근데 사실은 규모조차 턱없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지요. 예를 들어 우주상수라는 양은 실제 관측치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적 원리로 맞춰 줄 수 있는 것보다 턱없이 규모가 작습니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면 우주상수가 관측치처럼 아주 작아주지 않으면 우리 우주는 생기자마자 박살나거나 아니면 너무나 빨리 급속도로 팽창해 어떤 물질도 생길 수가 없기 때문이죠.

인류원리에 의하면 이 우주상수가 우리 우주처럼 아주 작은 이유는 바로 우리 우주가 그렇게 아주 작은 우주상수를 가지지 않았다면 우주나이가 적당히 길고 팽창속도가 빠르지 않아 물질이 적당하게 생기고 그래서 지구가 생기고 생명체가 탄생하고 인류가 생기고 그래서 제가 여기 앉아서 블로그에 글을 끄적거릴 수 있는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우리가 사는 우주의 물리법칙을 함의한다... 는 것이 인류원리입니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란게 뭘까? 하는 것도 불분명하고 또 우주가 순전히 우연히 만들어졌다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우주같지 않은 우주도 있다는 얘긴데 그것도 좀 이상하고...

근데 최근에 이 인류법칙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2년 전 레니 서스킨드Leonard Susskind라는 할배가 초끈이론에서는 (우리 우주처럼) 가속팽창하는 우주는 진공해vacuum solution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붕괴하게 됩니다. 마치 방사성 원소가 다른 원소로 붕괴하고 또 붕괴하고 또 붕괴해서 나중에 납이 되고서야 안정이 되듯이, 가속팽창하는 우주는 완전 평탄한 우주가 될 때까지 붕괴를 계속합니다. 우리 우주는 현재의 모습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쭉 가진 것이 아니라 계속 물리법칙을 바꿔가며 존재해왔고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은 일종의 우연..이라는 얘깁니다.

물론 초끈이론이 맞다면 글타는 말이죠.

근데 저로서는 조금 의아한 구석이 없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지평면이 있는 상황에서 초끈이론은 약간 미묘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레니의 증명은 단순명쾌 그 자체이긴 합니다만...


by 세리자와 | 2005/06/26 18:19 | 업계 동향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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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dd at 2008/03/13 21:57
제가 생각하는 인류원리는 초기조건에 목 매단 동역학이 하니라 최종조건에 목 매단 동역학이란 것입니다. 즉, 여러가지 가능성들 중에서 이 최종 조건을 만들 수 없는 초기 조건들과 동역학 법칙들을 제거한다는 것이죠. 믿을 수 없어도 그게 최후로 남은 것이라면 믿어야 한다는 셜록 홈즈의 추리학과 같은 논리죠. 문제는 이 동역학 법칙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는 건데... 지구 상의 시스템은 엄청난 복잡성을 보여줬는데, 그 옛날 초기 우주는 그런 복잡성이 없었을 거라는 추측이 어케 가능한지는 항상 글쎄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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