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동향 매저키즘의 뇌과학 2006/01/11 16:31 by 세리자와


파리를 상자 안에 가둡니다. 어느 순간 이 상자 안에 파리가 맡을 수 있는 냄새가스가 분사됩니다. 그리고 가스가 분사된 몇초후 상자 왼쪽에는 전기충격이 가해집니다.

(이 그래프는 기억에 의존한 것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리의 뇌도 똘은 아니어서 이 과정을 몇번 반복하면 이내 특정한 냄새가 깔리는 것이 한쪽 귀퉁이에 전기충격이 오는 전조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당연히 파리는 다른 쪽 구석으로 피신하여 전기충격을 피하려고 하지요. 가스가 분출되는 시간과 전기충격을 주는 시간의 차이를 달리하며 파리가 얼마나 멀리 피신하는지를 그리면 위의 그래프처럼 됩니다.

이 그래프를 해석하는 것은 일견 간단해보입니다. 일단 시간차가 작으면 작을수록 냄새와 전기충격의 연관관계는 더욱더 강하게 추론될 수 있을 것이고, 이 관계의 강도에 따라 얼마나 파리가 주저없이 도피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시간차가 커질 수록 거리는 작아질 것입니다. 시간차가 0보다 큰 부분은 정확히 이 예상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시간차가 0보다 작은 부분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먼저 전기충격이 가해진 후에 냄새가스가 분출되는 것을 나타냅니다. 가장 평이한 설명은 이 경우 냄새가스가 바로 더 이상 전기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로 파리에게 해석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파리의 행동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을텐데 놀랍게도 파리는 전기충격이 가해졌던 바로 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마치 파리가 “벼락은 같은 장소에 두번 떨어지지 않는다.”는 법칙을 믿게 된 것 같습니다.

파리 뇌가 얼마나 복잡하다고 이렇게 복잡한 추론과정을 거칠까요? 하지만 이 실험을 한 사람에 따르면 저 그래프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은 상상 외로 간단하다고 합니다. 뇌과학의 “발화시간 의존 전도도 변화 spike-timing dependent plasticity*의 간단한 응용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예전에 최면요법으로 매저키즘 환자를 치료하는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레드썬과 상담을 통한 분석을 통해 이 환자는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에서 성에 대한 죄의식과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담자는 알아냅니다. 그리고, 이 환자가 매저키즘에 빠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행위를 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는 거기에 따라 먼저 자신에게 벌을 주기를 원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폭행을 한번 당하고 나면 이미 죄과를 치룬 상태이기 때문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성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성장하면서 점점 성욕도 자라나는데, 거기에 따른 죄의식 역시 깊어지고 “벌”도 차츰 가혹해집니다. 이 환자를 상담자가 처음 면담했을 때는 이미 몇번이나 생명을 잃을 뻔한 상태였습니다.

즉 이 상담자가 제시하는 매저키즘의 매커니즘은 미래에 일어날 죄의식을 미리 처벌해 상쇄하고자 하는 무의식의 작용이라는 것입니다.




경범죄자나 초범들에게도 “바늘도둑이 소도둑되지”않도록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받은 가혹한 처벌이 또 다른 범죄를 합리화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어, 재범의 유혹에 더 쉽게 빠져들지 않을까요?


덧글

  • kirhina 2006/01/11 16:35 # 답글

    안녕하세요, 밸리 타고 들어온 kirhina라고 합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결과로군요...
    트랙백을 할까 하는데... 괜찮겠지요...?
  • 세리자와 2006/01/11 16:40 # 답글

    트랙백은 마음대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 보드라우미 2007/02/04 00:32 # 답글

    이 이야기를 교육에 응용한다면, 벌을 심하게 줄수록 학생들은 점점 엇나갈 수도 있겠네요? -_-;;; 체벌은 극악의 결과를 낳겠군요. 어차피 체벌은 폭력을 학습시키겠지만요.
  • rizamong 2013/03/22 13:39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_^ 잘 읽었습니다.
    혹시 저 파리 실험하신분 이름이랑 실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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