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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기원

구약성경에는 악이나 악마라는 개념은 거의 없다.
일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고대의 자연신 사상에서는 좋거나 나쁘거나 모든 일이 신의 행위이다.
병에 걸려도 죽을 뻔 해도 신의 뜻, 기적적으로 살아나도 신의 뜻이다.
사탄이 등장하는 구약의 문헌인 욥기에서조차
사탄은 신의 재가를 받고서야 욥을 괴롭힐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마치 사탄은 야훼신의 하수인 내지는
다신교 체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전문직 신으로서
야훼신과 협력관계에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비슷하게 힌두교에는 오늘날에도 뚜렷하게 악마라는 존재가 없다.
파괴와 살육의 신들은 존재하지만
그들은 신들의 세계의 일원으로
제각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따름으로
굳이 선과 악이란 도덕적 개념에 묶인 존재들이 아니다.
이것을 힌두교의 독특한 특성으로 흔히 말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선악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정립되고
선한 신에게 대항하는 악의 군주로서의 사탄의 개념이 선 것은
조로아스터부터라는데...

조로아스터교... 참으로 괴이한 종교다.
신과 악마, 천당과 지옥, 최후의 심판 등의 개념이
모두 조로아스터교에서 나왔다.
게다가 황당한 것은
조로아스터교는 수행으로 설립된 종교라는 것이다.
조로아스터는 어린 시절부터 수행을 거듭해 서른살에 깨달음을 얻고
아후라 미즈다와 일곱차례 만나 조로아스터교를 만들었다고 한다.

수행종교의 대표격이라면 불교일텐데
싯다르타 부처가 기원전 5세기 사람.
그런데 조로아스터는 추정 생존연대가 무려 기원전 9세기 혹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마디로 외계인이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암튼 조로아스터교, 불교 공히
기원전 3세기경 알렉산더가 대제국을 건설하자
실크로드를 따라 서구로 퍼져나간다.
그 이전에 수행을 해서 진리를 깨닫거나 신을 만난다거나 하는
종교형태는 서구에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이 이후로 중동에는 수행자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광야에서 40일간 수행을 하고 있던 예수 앞에
사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이후는.... 뭐 다 아시는대로....

아뭏든 악의 수장으로서의 사탄이라는 개념의 기원은
사실은 수행종교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예를 들어
싯다르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직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마귀들의 제왕 마라가 군대를 끌고 출동한다.
여기서 마라의 정체란
인간이 궁극의 지혜를 얻는 것을 방해,
미혹시키고 호도하고 속이고 유혹하는...
그러한 무리들의 총 대장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기독교에서 사탄의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
앞서 말했지만 같은 인도산 종교인 힌두교에도 이런 존재는 없다.

따라서 불교의 입장에서
기독교의 선악의 이분법적 논리
사탄으로 몰아세워 적대시하기 등등을
비판하는 것은 적반하장으로
어떠한 진리가 존재한다고 선포한 후
그 진리를 향해 인간을 몰아세우는 모든 체계는
진리와 비진리의 이분법적 논리로
세상을 재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 또한 리처드 도킨스 식의
사람을 미치게 하는 종교,
세상에 반목을 가져오는 종교라는 비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불교가 스스로 그러한 한계를 극복했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예를 들어 부처와 중생의 분별이 없다는 교리의 창안 등은
일종의 일반원리로, 교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서
살인과 폭력을 반대하는 종교라서
서구와 다른 동양의 종교라서
이런 설명은 순전한 넌센스다.

요약하면
약 2천년전 조로아스터교를 시작으로
일단의 수행종교들이 집단 발생했는데,
이들은 인간을 보다 우월한 존재로 만들어 주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동원, 마케팅을 했다.
그런데 그게 잘 될리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수단 역시 발명해냈는데,
이것이 사탄의 기원이다.

by 세리자와 | 2007/07/28 18:20 | 그냥 | 트랙백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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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7/28 20: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Charlie at 2007/07/28 23:45
그리고 한국인은 노(삐----)을 발견했습니다! (퍽!) :)
Commented by 세리자와 at 2007/07/29 16:32
노...로 대동단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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